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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다음달 26일부터 난간설치 의무인데 아직껏 '절벽 비상구' 대부분
  • 신윤희·강수진
  • 등록 2019-11-26 12:4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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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중이용업소법 상 2년 유예기간 12월25일 종료
  • 4층 이하 건물에도 발코니 등 대피시설 설치 의무

잊을만 하면 발생하는 ‘절벽 비상구’ 추락사고를 막기 위해 4층 이하 건물에도 비상구 추락방지시설 설치를 의무화한 규정이 한 달 뒤인 12월26일부터 시행된다. 


 하지만 노래방과 음식점 등 다중이용업소들은 여전히 ‘나몰라’라는 식으로 준비를 거의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취재결과 드러났다. 비상구를 아예 설치하지 않았거나 설치했더라도 난간이나 안전로프, 대피시설 등이 없는 곳이 수두룩해 안전불감증이 여전함을 그대로 보여줬다.


지난 3월 매일안전신문이 비상구와 난간 등을 규정대로 잘 설치한 모범 사례로 소개한 서울 지하철1호선 종각역 인근의 고기집 숙달돼지  외부(왼쪽)와 내부 모습.(신윤희 기자)

 매일안전신문 취재진은 25일 저녁과 26일 오전 쌀쌀한 날씨 속에서 서울 번화가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주변을 찾았다.


 노래방과 권투연습장 등이 들어선 4층짜리 건물. 건물 옆 주차장쪽으로 환기통만 보일 뿐 2층, 3층, 4층 창문에는 비상구는 물론이고 난간이나 피난기구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건물 안에서 화재가 발생해 출입 계단을 이용할 수 없을 경우 손님들은 탈출하기 위해서는 유리창을 깨고 아래로 뛰어내리는 수밖에 없을 듯했다.

 
지난 3월 충북 청주 한 노래방 건물 2층에서는 5명이 밖에 아무 것도 없는 '낭떠러지 비상구'로 나가다가 추락했다. 2017년 춘천에서도 50대 남성이 비상구에서 떨어져 숨졌다.


26일 오전 서울 강남역 주변 한 건물의 2~4층 창문에 설치해야 하는 비상구와 발코니가 없어 비상시 탈출하기에 아찔해 보인다.(강수진 기자)

 주변을 한참 둘러봐도 규정대로 설치한 건물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식당일을 하는 이모(58)씨는 “이 정부 들어 최저임금 등을 대폭 올려 중소규모의 상인으로서 업체를 운영하기에도 빠듯한데 건물의 비상구 설치에 대해 신경쓸 여력이 없다”고 푸념했다.


 만난 상인들 중에는 다음달부터 단속 대상이 된다는 사실조차도 제대로 모르는 이들이 많았다.

 2017년 12월 25일 개정된 ‘다중이용업소안전관리특별법’ 은 기존의 다중이용업소에도 2년 이내에 4층 이하 건물에 피난 시 활용할 수 있는 발코니나 부속실, 거기에 적합한 피난기구를 설치하도록 돼 있다. 


 발코니는 가로 75㎝, 세로 150㎝, 높이 100㎝ 이상이어야 한다. 부속실을 설치할 때에는 부속실 입구와 건물 외부로 나가는 문을  가로 75㎝, 세로 100㎝ 이상의 창호로 해야 한다.


 추락 등을 막기 위해 발코니와 부속실 입구에 문 개방시 경보음이 울리게끔 경보장치와 추락위험을 알리는 표지를 부착해야 한다. 부속실에서 건물 외부로 나가는 문 안쪽 기둥·바닥·벽 등의 견고한 부분에는 쇠사슬 이나 안전로프를 높이 120㎝로 달아야 한다. 


 이를 어길 시 다음달 26일부터 과태료 300만원을 물게 된다.


 강남역 주변을 10여분만 돌아다닌 끝에 모처럼 어학원과 볼링장, 음식점이 입주한 3층짜리 건물의 2층 한 가게 유리창 밖으로 난간을 설치한 걸 발견하자 반갑기까지 했다. 


25일 오후 서울 강남역 주변 한 건물의 2층 한 가게에 발코니가 설치되어 있으나 비상구가 없어 탈출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강수진 기자) 하지만 다가가보니 난간만 설치했을 뿐 창문에 비상구가 없었다.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보여주기용 난간이지 비상시 대피공간으로서는 무용지물이었다.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있는 3층짜리 건물은 1층에 H돼지집이, 3층에 어학원이 입주해 있었는데 2층과 3층 창문에 규정대로 비상구와 난간이 설치되어 있었다.


 지난 15일 화재가 발생한 지상 3층·지하1층짜리 진흥상가를 찾았다. 상가는 화재 복구가 덜 된 탓에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주차장이 있는 상가 뒤편으로 가보니 건물 벽에는 입점 가게 간판들과 에어컨 실외기 외에 비상구나 난간, 대피시설 어느 것도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당시 지하 1층을 전소시키고 1응 벽면만 그을린채 진화됐기에 망정이지 불이 더 크게 번졌더라면 피해 규모는 상상만 해도 끔찍할 뻔했다. 당시에는 입주 시민과 소방관 등 17명이 연기를 흡입하는 부상을 입었다. 


지난 15일 화재가 난 서울 강남역 근처의 진흥상가 뒤편 모습.(강수진 기자)

 물론 진흥상가에는 계단이 2곳에나 설치되어 있다. 문제는 계단이 2개인 경우 1개는 출입구로 사용하고 1개는 비상 대피계단으로 이용해야 하는데 진흥상가는 2개를 모두 출입용으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비상구 등의 설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부 상인들은 안전을 위해 필요한 기준을 규제로 인식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손모(48)씨는 “다중이용업소라고는 하지만 손님이 그리 많지도 않은데 기존 소방시설에다가 비상구 등까지 설치하라고 강제하는 건 너무 심한 것 아니냐”며 “뉴스를 보면 정부가 규제 철폐를 해야 한다고 하면서 (새로 규제하는) 특별법을 만든 건 옥상옥 아닌가”라고 강변했다.


 이에 대해 허성운 기술사는 “최근 발생하는 사고의 위험성에 비추어 볼 때 어렵게 만든 특별법 시행을 다시 유예하는 건 어려운만큼 법에 따라 강력히 단속해야 한다”면서 “특별법이 불감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 인재를 막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 기술사는 다만 “현재 어려운 경제 상황을 감안해 정부가 업소에 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장기 저리의 이자로 지원하는 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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